이란에서는 3개월째 히잡 반대 시위가 진행중이다.
'세계는 지금'을 보는데 요즘 안 그래도 관심이 있던 이란의 히잡 반대 시위 이슈가 나왔다. 10월쯤 기사 헤드라인 정도로만 보고 이란에서 시위 중인가 보구나 하고 넘어갔었고, 이번 월드컵 때 이란 축구 대표팀이 본국에 돌아가면 사형당할지도 모른다는 기사를 보았고, 생각보다 심각하구나 느꼈다. 최근에는 히잡 반대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을 공개 처형했다는 뉴스까지 나왔고, 요즘 시대에 지금 이게 무슨 일인가 싶고, 종교라는 이름으로 여성 인권을 이렇게 탄압해도 되는 건지 너무 화가 난다. 정당하게 자유를 외치는 무고한 사람들이 왜 이렇게 희생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 이란은 도대체 어떤 나라길래..?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9세 이상 모든 여성의 히잡 착용을 의무화했다. 그리고 1983년 4월 히잡 착용을 의무화하는 법을 제정했다. 히잡 의무 착용 규정을 둔 국가는 전 세계 67개 이슬람권 국가 중 이란뿐이다. 특히 이란은 해외에 나간 여성과 외국인 방문객에게까지 히잡 착용을 강제하는 국가다.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쓰지 않으면 2개월 이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한다.
이란이 여성 복장을 엄격히 제약하는 이유는 이슬람 경전 '꾸란'의 충실한 이행을 목표로 하는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신정(神政) 체제 국가이기 때문이다. 꾸란 24장 31절에는 "여성은 아름다운 곳을 드러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 이란 최고 종교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이슬람 혁명을 통해 팔레비 왕조를 붕괴시킨 후 신정체제 국가를 새우고 이슬람 율법을 통치 근간으로 삼았다. 이 호메이니를 절대적으로 신봉해온 이슬람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 자드 전 이란 대통령은 2006년 여성의 옷차림을 단속하는 '도덕 경찰'을 만들었다.
도덕 경찰은 그동안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을 비롯해 꽉 끼는 바지나 찢어진 청바지, 무릎이 드러나는 옷, 밝은 색 옷 등을 착용한 여성을 단속해왔다. 특히, 지난해 8월 취임한 이슬람 강경파이지 성직자 출신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여성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을 경우 관공서, 은행,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게 했고, CCTV와 안면 인식 프로그램을 통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은 여성을 단속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아 벌써 열받아)
■ 시위의 발단
이번 이란의 히잡 반대 시위는 마흐사 아미니라는 여성이 9월 16일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체포됐다 숨진 사건이 발단이 되었다. 가족과 함께 수도 테헤란을 여행 중이던 아미니는 경찰에 체포됐다. 그녀는 구금되어 조사받는 도중 혼수상태에 빠졌고, 3일 후에 사망했다. 이란 정부는 아미니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보고에 따르면 그녀는 머리에 심한 타격을 받아 두개골 골절로 사망했다고 한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도덕 경찰이 아미니에 고문과 학대를 가했을 개연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미니의 죽음을 계기로 이란 적연에서 히잡 반대 시위가 벌어졌고, 점점 반정부 시위로 번지고 있다.
■ 현재 상황
이란 정부는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시위를 제한하기 위해 테헤란과 쿠르디스탄 일부 지역에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차단하기까지 했다. 시위에 참여한 많은 여성들은 히잡을 벗어 불태우고, 머리카락을 자르는 등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에 맞서고 있다.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9월 16일 이후 지금까지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다 강경 진압으로 사망한 사람이 어린이 64명을 포함해 475명에 달하며, 1만 8,000여 명이 체포된 것으로 추정된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이번 시위에 참가한 10대 청소년들, 특히 소녀들이 수감되거나 희생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현재 많은 이란 국민들이 이번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심지어 배우와 감독 가수, 시인, 프로축구 선수를 비롯한 스포츠 스타 등이 이번 시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축구 국가대표님 선수들도 경기 직전 국가가 흘러나올 때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는 방식으로 반정부 시위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 시위 참가자 공개처형 중인 이란 정부
현재 이란 정부는 시위 참가자를 공개 처형하고 있다. 시위에 참가했던 모셴 세카리는 항의 시위 중 체포되었고, '보안요원에게 상해, 신에 대한 반역' 혐의가 적용됐고, 사형을 선고 받았다. 세카리는 형을 선고받은 지 20일도 안 돼 사형이 집행됐다. 이란 정부는 세카리에 대한 사형 집행 4일 뒤 또 다른 시위 참가자 레자 라나바드의 사형도 집행했다.
이런 이란의 사형집행에 대해 국제 앰네스티는 "판결 한 달도 안돼 사형을 집행한 것은 이란 사법체계의 비인간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비난했고, 이란 인권센터는 "사형선고를 받은 시위자들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의 도움을 못 받았다"고 날을 세웠다.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에서도 이란 정부를 규탄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에서는 시위 참가자 10여 명의 사형집행도 임박했다고 우려했고, 시위에 가담한 유명 전(前) 이란 프로축구 선수도 사형 집행 위기에 처해있다고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가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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