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잃어버린 10년, 20년... 그리고 30년이 되다
학교 다닐 때, 분명히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으로 일본의 경제 불황에 대해 배웠었다. 그런데 아직도 일본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어느덧 잃어버린 10년은 30년이 되었다.
■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경제 사이클의 길이(확장기와 수축기)는 크게 다를 수 있지만, 경기 침체의 전통적인 척도는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이상 연속 하락하는 것이다. 1930년대의 대공황과 같이 장기간에 걸친 경제 위축기간인 경제 불황도 있다.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일본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으로 알려진 경기 침체와 물가 하락을 경험했다. 이 기간 일본 경제는 신용 경색과 유동성 함정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일본 경제는 이 기간 이후 성장을 했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훨씬 느린 속도로 경제 성장을 했다.
일본 경제는 1980년대 세계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1980년대 미국의 3.07% 성장률보다 높은 3.89%의 연평균 GDP 성장률로 경제가 성장했다. 한때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5,000달러로 세계 최고를 기록했으며, 일본인들은 뉴욕의 록펠러 센터, 콜롬비아 영화사 등을 사들일 정도로 부유했다. 또한, 해외 투자가 넘쳐났으며 도요타,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제품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재팬 이즈 넘버원'의 시대)
그러나 1990년대 일본 경제는 위기에 봉착했다. 일본의 주식과 부동산 거품은 1989년 가을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토지 가치는 1990년대 내내 하락하여 2001년에는 70%나 하락했다. 그 결과 1991년부터 2003년까지 일본 경제는 GDP 기준 연간 1.14% 성장을 보였고, 이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훨씬 낮은 성장률이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는 일본 은행의 정책 실수가 있었다. 일본은행(BOJ)은 주식 및 부동산 버블 붕괴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하고, 장기화할 수 있는 몇 가지 잘못된 정책을 펼쳤다. 일본은행은 1980년대 후반 통화공급에 제동을 걸었고, 이는 주식 거품의 붕괴에 기여했을 수도 있다. 주식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BOJ는 여전히 높게 평가되는 부동산 가치에 대한 우려로 금리를 계속해서 인상했다. 이러한 금리 인상은 땅값 상승은 막았지만, 전체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었다. 1991년 주식과 토지가격이 하락하자 일본은행은 극적으로 정책을 변경하여 금리를 인하했다. 그러나 이미 너무 늦은 대응이었고, 유동성 함정이 발생하여 신용경색이 시작되었다.
■ 어쩌다 '잃어버린 30년'이 되었을까
지난 30여년 간 일본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7%에 그쳤으며, 1인당 국민소득은 4만 달러 남짓으로 세계 33위를 기록했다. 취업자의 평균 임금은 한국보다도 낮은 수준이 되었다.
일본이 30년째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 초고령화-저출산의 인구구조 때문이다.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하고, 피부양 인구수가 급격히 늘어나 경제 활력이 저하되었다. 인구 중 65세 인구 비율이 29%로 세계 1위인데, 출산율은 1.3%이다.
둘째는 디지털 혁명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세계 경제는 정보기술(IT), 인터넷, 정보 지식 혁명으로 급속하게 진화하고 있는데 일본은 여전히 제조업 중심, 아날로그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으로 전자정부가 구현되고 있는데, 일본은 아직도 서류 수작업, 도장, 팩스가 통용된다.
셋째, 갈라파고스 현상이다. 일본은 세계화 흐름 속에서도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기득권자들의 담합, 카르텔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규제와 장벽, 내부거래 관행을 이어가며 과감한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넷째, 돈이 일하지 않고 잠자는 사회가 되었다. 경제성장으로 일본은 어마어마한 자본을 축적했다. 일본 정부가 1,000조 엔이 넘는 부채가 있다고 해도 여전히 일본 금융기관에는 저축액이 넘쳐나며, 외환보유고도 1조 2,000억 달러 이상이다. 또한, 엄청난 해외 직접투자 결과 해외 순 자산도 411조 엔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 여파로 현재의 일본은 적극적인 투자를 꺼리는 풍조가 정착되었다.
■ 일본 청년, 침체의 수렁에 빠지다
경기침체가 장기화 됨에 따라 일본에서는 노숙인 무료 급식소를 찾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30년 이상 지속된 장기 경기침체와 오르지 않는 임금 수준은 비정규직 청년들의 빈곤화로 이어지고 있다. 비정규직 청년들을 오랫동안 취재해 온 저널리스트 고바야시는 저임금의 고착화로 사회적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에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자녀를 낳지 않고, 독신 세대도 늘었다는 것이다.
장기간 이어진 임금 수준의 정체는 정규직에도 해당됐다. 일본 시가총액 2위인 NTT는 8년 만에 대졸 초임을 3만 엔(한화 약 30만 원) 인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정체된 임금 수준이 물가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1990년대 초 버블경제 붕괴 이후 장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일본은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이 발생하여, 임금 정체여도 버틸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물가가 상승하면서 경제적 압박이 가중되었다. 일본은 직장인들이 부업을 많이 하는 문화가 아니었으나 최근에는 일본 직장인 3명 중 1명이 부업을 하고 있다는 조사가 나올 정도이다.
일본 총무성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율은 1989년 19%에서 2021년 36.7%로 증가했다. 최저임금도 961엔(한화 약 9,160원)으로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인 9,62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최근 일본은행이 10년 국채 금리 변동폭을 0.25%p 확대하면서, 기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해소될 경우 엔화 가치도 안정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물가상승임에도 임금이 동결되어 실질소득이 하락한 것이 문제인데, 금리 상승으로 물가가 안정될 경우 상대적으로 실질 소득이 상승하여 안정화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일본은행의 장기 금리의 변동폭 확대가 기준 금리를 인상하는 기조로 이어지는 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일본 국가부채 지불 비용이 정부 예산의 1/4을 차지할 정도로 크다. 따라서 기준 금리가 오르면 정부 입장에서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 저금리 기조가 변화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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